BUNKER 1 습격사건

2012. 5. 4. 21:41 from 기억한올

 

2:00 pm S양과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만남

벙커1을 향하여 고고씽..

 

2:15 pm 벙커1 도착

카운터 맞은 편, 창가에 있는 자리에 얼른 가방을 던져두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판'에서 '아에리카노' 2잔과 '비비케잌' 주진우를 시킴..

카운터 앞쪽에 테이블이 딸랑 두개 뿐인데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카운터에 주문을 한후

어디론가 사라짐..

가방을 던져 놓았지만 사실 우리 옆 테이블은 한동안 비어있었음..(아무도 탐내지 않음..)

 

 

 

 

 

 

2;30 pm 창가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창밖으로 시사돼지와 김총수가 이쑤시개를 씹으며

걸어오는 모습 포착됨..

S양은 김총수 옆에서 걸어오고 있는 뽀글머리 아가씨가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감탄에 감탄중..

이쁜 뇨자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애써 무시...

시야에서 사라진후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시사돼지가 카운터 앞에 등장..

선거땜에 맘고생 했는지 호~올~쭉 해서 마음이 살짝 아팠음...

들고 간 책을 얼른 꺼내서 싸인을 부탁함..

그닥 친절하지 않게 싸인해줌..

(불 친절했던것도 아니지만..암튼 그닥 반가와하지 않음.. ㅋ)

허둥지둥하느라 사진은 못찍고 있는 새 그냥 퇴장하심... 

 

 

 

 

2: 55 pm 시사돼지씨가 사라지고 김총수도 시야에서 사라져서 걍 수다 삼매경 중이었는데

쨔잔~ 총수 강림..

얼른 친한척하고 준비하고 있던 아이폰을 들이 댐..

실제로 보니...

연예인 만난것보다 더 감격스러웠음..

역시나 그닥 친절하지 않게 사진 찍어주심..ㅋ

 

 

 

 

 

4:00 pm 대략 수다를 마치고 둘러보지 못했던 벙커 1 내부를 둘러 봄..

둘러보니 들어 온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음..

지하에 나꼼수 녹음을 할수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고

녹음 부쓰 앞에 좌석이 있었음..

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음..

시사돼지와 김총수는 콧배기도 안보임..

 

S양과,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에 관해 자화자찬하며 벙커 1을 나섬..

'역시 일찍 오길 잘했다'

'우리가 1층에, 창가 바로 앞에 붙어 앉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원래 시사돼지가 벙커 1을 주로 지키고 김총수랑 주기자는 수시때때로 들리나봐..'

'그래서 내가 김용민 책만 가져왔잖아..세권 다 가져오긴 너무 무거워서...'

'바쁜 사람들이라 언제 올지 몰라..'

'주기자 못봐서 아쉽지만 대신 빵 먹었잖아...그래서 괜찮아...' 등등등...

스스로의 선견지명에 흡족하고 운좋음에 감탄하며

문을 나섰는데 그만...

우리의 울트라 촉이 발동한거심..

출구조차도 탁월한 선택이었음 (벙커1, 문이 두개임)

 

우리가 나선 문 바로 앞에 가림막이 서 있는데 그 뒤쪽으로 야외용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음..

원래는 흡연용 좌석인데..

거기에...

바로 문앞 그 좌석에....

주기자가 있는거심....

 

맞은편에 여자손님과 앉아서 뭔가를 막 읽고 쓰고 하고 있었음..

80 cm쯤 떨어진 곳에 서서 S와 계속 소근거림..

'일 하고 있나봐..'

'어떡하지?'

'앙~ 주기자 너무 멋있다...'

'말을 못 걸겠어..'

'귀찮아 하겠지?'

'너무 미안하긴 한데...'

그렇슴..

내 친구 S는 '상'용감한 아이였슴...

S가 용감하게 다가가자 주기자 벌떡 일어서심...

아마도 우리가 서서 망설이는것을 다 느끼고 이미 눈치채고 계심... ㅋㅋ

'사진 찍으세요..찍으세요..네..네...'

역시나 그닥 친절하진 않음...

그렇지만 간지 좔좔..포스 후덜덜...

 

 

그렇지만 내가 '죄송해요' 라고 하자 '아니예요' 라고 했슴..

생각해보니 세명 다 유명인 놀이가 익숙치 않아서 싸인이나 사진 찍자는 요청을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았슴..

어찌할바를 몰라 오히려 살짝 퉁명스러운거 같았는데 그게 뫅뫅 귀여웠슴..

 

암튼..무지하게 기분 좋은 하루...

 

 

덤) 지나가는 비, 피하러 들어갔던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카페...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모르게 여러가지로 정말 마음에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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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큐브 데이

2012. 4. 25. 21:19 from 생각꼬리

모처럼 씨네 큐브에 나간지라 두편의 영화를 보았다..

 

처음 건 '그녀가 떠날때' 란 제목의 독일 영화..

두번째 건 ' 리그렛 (Regret)'이란 프랑스 영화..

 

30년도 더 전에..아마도 고등학교때

이렇게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적이 있다..

동시상영관이 아니라 개봉관에서..

 

1월..아마도 신정 연휴기간이 아니었을까?

정확하진 않은데 지금 막 그런 막무가내식의 느낌이 떠올라온다..

(아~~무 근거 없다..)

 

두편의 영화가 뭐였는지도 불분명한채

하나는 틀림없이 '파비안느'란 제목의 전쟁영화였고

또 다른 하나는 '하노버 스트리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극장도 피카디리랑 단성사처럼 마주 보고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고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한곳은 스카라가 아니었을까 싶고....

 

아무튼...처음에 하노버 스트리트를 먼저 보고

여운이 길게 남아서 한참을 걷다가 뭔가 미진하여 하나 더 본 영화가 파비안느였지 싶다..

 

그렇게 두편을 보고나서, 감상은, 비빔밥을 너무 많이 먹어 급체한 느낌?

좋았던 여운을 따로 따로 길게 즐기지도 못하고..

줄거리는 헷갈리고..

머리는 아프고...

 

그 당시는 뭔가 외국 풍광 가득한 멜로 영화를 보는것만으로도

감성과 동경과 소녀적 낭만을 다 충족해줘서

안 먹어도 배부른 그런 시기였으니까..

소중한게 하나 생기면 아끼고 아끼고 길게 간직하고픈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더구나 두 영화 다 제법 재미있었단 말이다..

해리슨 포드의 젊었을적 모습이였단 말이다...(하노버 스트리트는..)

 

그때 이후론 동시상영으로라도 극장에서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후에 집에서 디비디로는 심심찮게 보았다...)

 

어제 본 두편의 영화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한편은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의 영화..

주제면에서도 서로 다른 신념과 정체성들이 그들이 소속된 사회와 공동체뿐만 아니라

어떻게 관객에게까지 부딪히는가에 관한 불편한 영화였다면..

 

두번째 영화는 프랑스 판 건축학 개론..(건축학 개론과는 사실 전혀 다르지만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이고 옛 연인을 만난다는점에서 그냥 그렇게 불러보자..)

연애와 엇갈림과 감정에 관한 영화..(전혀 낭만적이진 않고 오히려 끝에 이건 뭥미? 이런 느낌을 준다..)

 

중간에 H양과의 점심 식사와 산책이라는 간격을 두어서 그런가?

아님 단순히 내 위장이 더 커지고 뇌 용량이 조금 늘어 난건가?

아님 감정의 주름이 나이수대로 깊어진건가...

두편의 영화를 집어서 꿀꺽 삼키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처럼 여운을 즐기기에는 그저 너무 나이가 먹어버린거다...

영화를 보는 일도 외국인을 보는 일도

심지어 감정을 이입하여 대리 경험하는것에도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

한마디로 너무 낡아져버린거다..나는...

ㅜ.ㅜ

 

오늘 아침..

두편의 상이한 영화에서 또 다른 차이점 하나를 찾는다..

터키인에게 가족이란...

프랑스인에게 가족이란...

 

첫번째 영화에서 우마이의 가족들은 실체로서의 가족보다

개념으로서의 가족 (즉 가문의 명예, 공동체 안에서의 위치등)에 치중한다..

두번째 영화에서 마야는 (구체적으로 가족이 등장하진 않고 전화기 저쪽편에서 통화상대가

된다거나 마야의 행보속에서 짐작될뿐이지만..)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두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자기 엄마의 곁..

 

두번째 영화는 연애에 관한 영화였는데

첫번째 영화의 여파로 나는 거기서 가족 관계를 보고 있다..

 

나이 먹으니까 하루에 두편 볼만한가보다..

종종 씨네 큐브 데이를 갖을까 한다..

 

 

Posted by labosque :

잡상..

2012. 4. 23. 21:32 from 생각꼬리

# 4월 22일

   S의 가슴 한켠에 생긴 조그만 돌연변이 세포..

   S는 10년쯤 전에 한쪽 가슴에서 팥알만한 세포를 잘라내기 위해 수술을 했던 적이 있다..

   그 평범하지 않았던 모양의 세포를 도려내고 몇차례 항암치료라는걸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른 쪽 가슴의 세포가 모양이 이상하다고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한단다..

   다음주쯤 그날이 오기전까지 자기는 잊어버리겠다고 천하태평한 S는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말한다..

   '맞아..잊어버려... 미리 걱정한다고 좋은게 뭐 하나라도 있니?'

   그렇게 말해도 내 마음 한구석에 살짝 들어앉는 조그만 돌덩이..

   S의 마음 속에는 얼마나 큰 바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 4월 21일

   Still Life

   영화보러 나가기도 귀찮아서 집에서 케이블로  pay movie를 보았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그레이..

   무슨 액션 스릴러물이 아닐까 생각했더니 비행기가 알래스카의 눈밭에 불시착하는 재난 영화..

   그리고 미지의 적..

   괴물들이 나오는 몬스터 싸이파이류인가 했더니 그들의 정체는 늑대..

   그 다음부턴 재난 영화 특유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과

   헐리우드 공식과도 같은 한명씩 희생당하기..(절대 한번에 두명도 죽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는 별 특이점도 없이 느린 템포로 흘러간다..

   액션도 없고 활극도 없고 /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것 처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막판에

   촌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게 마지막 메시지를 들이대며 허무하게...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끝에서 세번째 사람이 탈진하여...

   더 이상의 삶과의 투쟁을 중단하겠노라 선언하며

   강가의 돌위에 앉아 이야기한다..

   이제 지쳤노라고..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노라고..

   (살아 남는다 한들...)내 인생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밤새 퍼 마시고..

   내 인생은 그게 다라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리고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몇해전에 보았던 영화 'still life'가 떠올라왔다..

   Still Life는 중국 감독의 어딘가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였는데

   보고나서 별 느낌이 없었다..

   고향을 떠난 한 노동자의 일상과 그리움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기승전결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렸던 영화였다는 기억..

   수묵화 같은 중국의 풍경과 잔잔한 일상..

   제목과의 연계성을 잠시 갸웃하며 일상중의 한 단면을 잘라서 보여주기 때문에

   Still Life( = 정물화) 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떠오른 생각..

   노동자들의 삶/ 일상 자체가 정물화처럼 박제 되었다는 거...

   그냥 여기저기서 끌어다 모아 놓은 정물들처럼.. 살아있지 않고 이미 다들 죽어버린...

   아무렇게나 지어진 협소하고 옹색한 숙소에서 그저 잠만 자고 하루종일 일하고 또 자고..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

   삶의 기쁨과 즐거움도 없이 그저 영위되는 삶..정물화된 삶..

   새삼 그 영화가 그렇게나 슬픈 영화였나 싶다..

   아님 말고..

 

# 4월 20일

   벌써 10년..

   한겨레 문화 센타 사진반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벌써 10년이다..

   H언니 YS와 만나서 이런 저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 길..

   새삼스럽다...인연이...

   문득 8년 쯤 전에 친구에게 했던 호기로운 말이 떠오른다..

   '난 사진이 너무 재밌어.. 이걸로 뭐가 되겠다는 건 아닌데..

   한 십년쯤 하면 어떻게든 되어 있겠지..'

   그때 친구는 빙글 빙글 웃으며 '와~ 십년이나 할려구? 대단한데?'

   그때 마음엔 그랬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만난것도 쉽지 않은데 그냥 한 십년쯤 해보지 뭐...

   호기로왔다...

   참 좋았었다..재미있었고...

   한 3년은 그렇게 지낸거 같다..

   10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 지나고 나니 또 원점에 서 있다..

   요즘도 또 말하고 다닌다..

   조금은 덜 호기롭게...

   '미술치료 공부 시작했어요.. 그냥 재밌어요.. 공부가 길어서 좋아요..

    걍 천천히 하려구요..'

   10년쯤 하겠다는 소리는 안한다..

   '좀 해보구 정 아님 접어야죠..'

    연막도 미리 쳐놓는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천천히 쉬엄 쉬엄 한 10년쯤 해봐야지..뭐래도 해야하잖아?'

    제발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무노동에 대한 변명 강박증인거 같은데..

    하긴, 다른 사람이 묻지 않아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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